Monday, December 29, 2008

번역 (일반: 번역가)

오늘 잠깐 읽은 책에서 인용해본다.
It is up to the writer to fix words in an ideal, unchangeable form and it is the task of the translator to liberate those words from the confines of their source language and allow them to live again in the language into which they are translated. [Octavio Paz, quoted referenced in Susan Bassnett, Translaton Studies] In consequence, the old arguments about the need to be faithful to an original start to dissolve.

말을 이상적이고 변하지 않는 형태로 짜는 것은 작가의 몫이고, 그 말을 원어의 한계에서 해방시키고 번역 수용어에서 다시 살도록 해주는 것은 번역가의 임무다. 따라서 원본에 대해 충실할 필요에 관한 케케묵은 논의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 작가의 몫은 말을 이상적이고 변하지 않는 형태로 짜는 것이고, 번역가의 임무는 그 말을 말이 원어의 한계에서 풀어놓아 주고풀려나도록 하고, 옮겨진 언어에서 수용어에서 새로운 다시 살도록 새로운 생명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케케묵은 논의는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다.

간략한 관찰의 피력이지만 관찰이지만 언어학의 담화분석 discourse analysis 이론을 공부하면 통해 귀납적으로 bottom-up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Sunday, December 21, 2008

Capitalized Common Nouns: Divinity

영어에서 신성을 표시하는 일반 명사나 대명사는 대문자로 시작한다. 아버지를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로 시작해서 Father 로 쓰면 그것이 일반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기독교의 '하나님 아버지'임이 표시된다. 간단한 문법적 '약속'이지만 문예 텍스트의 번역에서는 간혹 난점을 제시할 제기할 때가 있다.

아나 악흐마토바 안나 아흐마토마 Anna Akhmatova
"레퀴엠" 중에서 '못박힘'이라는 시는 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

Crucifixion

"Do not weep for Me, Mother,
I am in the grave."


1
A choir of angels sang the praises of that momentous hour,
And the heavens dissolved in fire.
To his Father He said: "Why hast Thous forsaken me!"
And to his Mother: "Oh, do not weep for Me..."

2
Mary Magdalene beat her breast and sobbed,
The beloved disciple turned to stone,
But where the silent Mother stood, there
No one glanced and no one would have dared.


못박힘

"저로 인하여 울지 마세요, 어머니,
저는 무덤 속에 있음이니다."


1
천사의 성가대는 그 중요한 시간의 찬양을 불렀고
하늘은 불에 녹아들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그리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 저로 인하여 울지 마세요..."

2
막달라 마리아는 가슴을 치며 흐느꼈고
그의 사랑하는 제자는 돌이 되었는데
말없는 어머니가 서 있는 곳, 그곳은
아무도 쳐다보지 못했다. 아무도 감히 그러지 못했으리라.

Father 를 '아버지'라고 번역해도 문맥으로 미루어 기독교의 '하나님 아버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아버지'라고 하면 대문자로 시작하는 Father 의 영어 문장 속에서의 자연스러움이 없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만을 떼어 놓고 보면 '아버지'에서 신성神性을 알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Mother -> 어머니' 그리고 'He, Me -> 그 (예수), 저' 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명칭들에 신성神性을 실을 수 있는 말, 그래서 문맥에서 분리시켜 놓아도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았음을 표시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이 일반적인 낱말의 뜻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영어에서는 어형 morphology, 즉 문법 범주 grammatical category 에서 가능하지만 한글의 경우는 다르다. 따라서 어휘 범주 lexical category 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방향을 세우고, SL Source Language 의 어의語義 lexical meaning 를 가진 단어나 문구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있을 것이다.

Father -> 성부聖父, or 하나님 아버지.
Mother -> 성모聖母, or 성모 마리아.
He, Me -> 성자聖子, or 예수. ('Me': 1인칭 목적어의 경우, '저', '나'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자人子라는 말을 써서 3인칭으로 자신을 일컫도록 번역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면 위의 번역 초고는 수정을--앞으로 여러 번 있을지 모를 수정을--거치게 된다.

_________________


Anna Akhmatova
(1889-1966)

Thursday, December 18, 2008

Translation is an exacting art.

Mona Baker (1992) In Other Words: A Coursebook on Translation
(UK and USA: Routledge), p. 71.

Translation is an exacting art. Idiom more than any other feature of language demands that the translator be not only accurate but highly sensitive to the rhetorical nuances of the language.

번역은 힘들고 엄밀한 예술이다. 관용구는 언어의 다른 어떤 특징보다 더욱 번역자에게 정밀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해당 언어의 수사학적 뉘앙스에 대한 고도의 민감함도 요구한다.

Friday, December 12, 2008

To raise the specter.

오늘 더 뉴욕 타임스(NYT)에 난 기사의 일부다. 한 관용구가 특히 눈길을 끌어서 조금 생각해보았다.
The failure to reach agreement on Capitol Hill raised a specter of financial collapse for General Motors and Chrysler, which some experts say they may not be able to survive through this month.

이 문장이 보도하는 상황에 아주 적절한 단어, 그것은 바로 specter 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그야말로 '유령' '망령'이라는 의미이지만 to raise the specter of ... 라는 관용구를 구성하며 비유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관용구는 대개 개별적인 단어로는 그 뜻을 유추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 표현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귀신'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흉하고, 무섭고, 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 '귀신', 즉 specter 를 '불러일으킨다' 혹은 '깨운다'는 것이다. of 는 뒤에 나오는 명사가 바로 그 흉물, 두려움의 대상임을 가리킨다. 이런 것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슨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두렵고 기분이 으스스한 것이다. 이 상황에는 끈끈하고 지속적인 긴장감이 있다.

'빅3'가 재정난으로 붕괴(=파산 financial collapse)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의 구제법안으로 일단 위기는 넘기리라고 막연한 기대를 해왔지만, 그 파산에 대한 두려움이 협상의 결렬과 함께 현실로 부각되면서 가시화되었다(=더 커졌다)는 내용이다. 유령이 존재하고 있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설마 했는데 이제 살아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to raise the specter of... 는 실재적인 현상에 덧붙여 심리적인 면까지 건드리는 효과적인 관용구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기사에는 the 가 쓰이지 않고 a 가 쓰였는데, 이 관용구는 예외 없이 the 를 써야 할 텐데 변칙적이다. 앞으로 계속 도산할 업계들을 염두에 두고 a 를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용법을 벗어나지만 기자와 카피에디터가 모두 실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여 그리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옮길 수 있겠다.
국회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의 파산에 대한 망령(=암운)이 살아났다(=고개를 들었다).

-> 미의회의 협상이 결렬됐다. 이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이 증가되었다.

-> 미의회의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의 파산에 대한 위구심이 더욱 뚜렷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두 회사 모두 [협상의 결렬로] 이번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관용구의 시기적절한 사용이 아닐 수 없다. 관용구는 번역자에게 특별한 어려움을 제시한다. 이 관용구도 예외는 아니다. 원어의 표현(culture-specific expression)과 이에 담긴 의미를 함께 살려 주는 적절한 수용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으며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신문 기사의 경우에는 보조적인 설명을 첨가하지 못하므로 부족한 번역이 되기 십상이다. 이 블로그의 타이틀, '번역자는 반역자 traduttore, traditore'라는 이탈리아의 금언이 여지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했어도 나의 독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financial collapse 다음에 나오는 for 때문이다. 파산이 그 두 자동차 회사에 한정된 것이라면 of 를 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forfinancial collapse 를 직접 수식하는 말을 이끈다기보다는, 어떤 행동의 대상을 가리키는 전치사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즉 raise 라는 행위의 영향을 받는 대상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번역이 될 것이다.
제너널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에게 이 협상의 결렬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의 가시화를 의미한다.
-> 이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이 본격화되었다.
-> 이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이 보다 뚜렷해졌다.

앞선 번역과 기본적인 의미는 대동소이하지만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나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듯 쓰고 있지만 막상 이것이 출판용이라고 한다면 아마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