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30, 2009

Text (1)

의도적으로 비非텍스트non-text를 창작에 사용하는 시인이나 산문 작가들의 작품은 차치하고, 실제 생활에서 비텍스트에 가장 근접한 것은 어린아이의 말과 좋지 않은 번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 Halliday and Hasan in Mona Baker, In Other Words (Routeledge, 1992), p. 111
Trans. Gene

Monday, March 16, 2009

문예 번역 (8)

번역을 수용하는 문화에 응하기 위해 번역을 수정하는 의식적 수정 결정이 뒤따를 수 있다. 이것은 편집자와 번역자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작 내용의 일부를 빼는 수도 있다.

많은 출판사들이 원작 언어를 아는 편집자를 고용하지 않는 것도 지적해둘 만하다. 원작의 영향을 받지 않고 편집에 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번역은 상당한 창의력을 요하는 노력의 결실이다. 번역자는 번역이라는 내성적 활동과 사회적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서로 얽힌 사회적, 문화적 요소와 관련하여 그 어떤 제약이 있더라도 기존 문학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할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결국 문예 번역자인 것이다. (피터 부시)

- 이상 Routledge Encyclopedia of Translation Studies (2008: 127-130) 에서 추려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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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15, 2009

문예 번역 (7)

텍스트의 종류에 따라 다른 번역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단시短詩를 번역할 때와 장편 소설을 번역할 때의 접근 방법이 같을 수 없다. 소설을 번역할 때는 수 백 페이지에 이를 수 있는 작품의 전개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다른 운율, 비유, 상징을 다루어야 한다. 다독과 리서치를 통해 그런 것들의 유형을 식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들은 창의적으로 고쳐 쓰는 과정에 예속되어 잠재의식에 의해 번역에 반영되기도 한다.

모호한 표현과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로 가득한 제임스 조이스의 촘촘한 텍스트를 번역할 때는 조이스가 자국의 표준 언어와 기존 관념을 뒤흔들었듯이 번역어의 문화를 뒤흔들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다면 문예 번역은 사회와 문화에 얽힌 작업이며 번역자는 상이한 두 문화의 중간에 위치하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호 작용에 열쇠의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는 벤야민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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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rch 14, 2009

문예 번역 (6)

텍스트를 세심하게 읽고 또 읽으면서 해당 텍스트에 대한 리서치와 저자의 다른 작품에 대한 리서치를 하는 것은 번역에 필수적인 준비 작업이다. 저자가 사는 나라에 가보는 것도 있을 수 있겠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리서치도 있을 수 있다 [-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특히 한국의 경우, 비현실적일 것이다.]

자국의 저자가 쓴 책 가운데 그와 비슷한 책이 있으면 참고로 읽어보는 것도 좋다. 번역가 펠스티너의 경우,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번역하는 데에 적절한 ‘목소리’를 가늠하기 위해 T. S. 엘리엇의 시를 읽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느 기사에선가 읽었는데, 전문 번역가 정영목 씨가 한국 문학 작품을 읽어 한글 표현력을 키운다고 했던 것 같다.]

생존해 있는 저자의 작품을 번역할 경우, 저자와 번역자가 협력해서 번역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어떤 저자들은 기꺼이 번역에 적극 관여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번역의 결과는 원작과 다른 새로운 작품이 되기도 한다. 원작에 새로운 것이 보태지는 것이다. 한편 어떤 저자들은 번역 텍스트에 코멘트를 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 한편 번역자 편에서 원저자의 관여에 일정한 선을 긋기도 한다. 원작에 너무 단단히 얽매이지 않는 번역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런 방식은 번역자의 재량에 폭을 더해준다(Venuti). 번역할 작품에 대한 학문적인 리서치를 안 하기로 결정하는 번역자들도 있다. 좀더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번역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번역 방법을 선택하든지 번역은 기본적으로 다독과 개고의 결과다. 다독과 개고는 최종 원고의 모양을 결정한다. 배경은 매우 중요하다. 번역, 출간의 전반적인 과정은 외부적인 요소들에 의해 끊기거나 변경될 수 있다. 어떤 책의 출간일은 영화의 개봉에 맞춰야 할 것이고 [또 어떤 책은] 경제나 정치 상황에 민감하게 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Wednesday, March 11, 2009

문예 번역 (4)

(내가 완전히 전업 번역자가 아닌데 이런 글을 계속하려니 다소 낯간지럽다. 그러나 어쨌든 번역은 멋진 일이며, 심지어는 예술의 묘미마저 느낄 수 있는 분야임을 알기 때문에 기왕 하는 것 깊게 파고 싶은 마음이다. 번역이 순수한 창작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독서에 있다. 번역은 정밀 독서의 정화다. 결정체다. 다른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바로 번역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러한 측면 말고도 학문적인 측면에서 아직 개간해야 할 곳이 많으므로 또한 매력적이지만 여기에 모든 시간을 쏟을 수 없는 나로서는 좀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튼 이 블로그는 그냥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고 다시 한번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Motivation, 그렇다. 번역을 계속해야 하고 또 이런 블로그를 계속해야지, 동기 부여를 찾아야 한다. 어디서 찾지?)

나라별로 번역과 번역자가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다. 프랑스의 출판사 Actes-Sud 의 한 자회사는 일단의 문예 번역자들이 운영하며 번역서를 선정하고 외부 번역자에게 번역을 의뢰하는 일을 총괄적으로 관장한다. 또한 외부 평가자들을 두고 번역 고려 대상 도서들에 대한 소견서를 의뢰하고 수집한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출판사들은 대개 프리랜스 번역자들에게 번역을 의뢰한다. 이 번역자들은 출판사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누구의 친구가 번역을 하는데 괜찮게 한다더라 하는 식으로) 소개를 받아 일을 맡기거나,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된 작품을 보고, 혹은 번역자 인명부를 찾아 의뢰를 한다.

번역자마다 번역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같은 번역자라도 번역하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존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든 기존 번역본을 디딤돌로 삼아 고전을 재번역하든 번역자들 모두에게 공통적인 단계와 문제점들이 있다. 과거에는 번역자들이 이런 단계와 문제점들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고 조지 스타이너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제는 번역자들이 그런 점들에 대한 많은 사례 연구를 남기고 있다.

(한국의 번역자들도 사례를 글로 남기는 일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번역 역사가 일천하고 지반이 약한 한국의 번역을 볼 때, 기록을 남기는 일에 정말 열심을 부려야 할 것이다. 그저 일반적인 이론서만 대충 어디서 뱉기거나 짜깁기해서 내지 말고, 직접 번역해가며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구체적인 사례로 많이 남기고 후학들이 이것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문학 번역서들을 보면―인문서 번역도 그렇지만―S대 영어 박사라고 혹은 외국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교편을 잡고 번역한다는 사람들의 번역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번역이 무성하다. 학생들에게 돈벌이를 시켜주기 위해 대신 하게 한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인문서의 경우는 내용의 효과적인 전달 내지는 작가의 문체 논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문법과 어의 등 기초적인 문제에 대한 오역 시비나 거론되고 있느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Tuesday, March 10, 2009

문예 번역 (3)

문학 번역자는 출판계 내의 사회적 관행과 현금적인 측면의 관계 연쇄에 속해 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받을 금액에 동의하고, 번역 저작권과 원고 마감일 등에 대한 협약을 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있는 원저자들과는 달리, 번역자들은 모두 단독으로 출판사와 협상을 한다. (한국의 경우는 원저자들도 에이전트가 없겠지만. 또 이하 한국의 경우는 조금씩 다를 것이다.) 번역료는 인세에 대한 선급금의 형태로 일부 먼저 지급되기도 한다. 원저자와 번역자의 인세 비율은 5:5, 6:4, 6:6 등으로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번역자에게 지불되는 돈을 추가 비용이라고 보는 인색한 출판사는 인세에 대해 지불하는 선급금의 금액이 적거나 번역 인세를 적용하지 않고 글자 수(외국의 경우 1천자 당 얼마, 한국의 경우 원고지 매절 수당 얼마)를 계산하여 지불한다. 많은 번역자들은 출판사와 협의를 할 때 원고 분량에 따른 지불 방식보다 번역에 걸리는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애를 쓴다. 문학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이나 사단법인들의 문화 진흥 기금이 특정 출판사들에게 지급되기도 하는데 이런 돈은 출판사가 번역자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정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의 출판사들은 번역의 진흥을 위해 정부나 기업체 등의 문화 관련 조성기금을 얻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Monday, March 9, 2009

문예 번역 (2)

문학 번역자의 한 모델 - 두 나라 말을 하고 두 나라 문화에 침투해 있다. 따라서 통상적인 지도책에 나와 있지 않은 지역에 거한다. 그/녀는 부단히 변하는 동시대 문화 현실에 정통하다. 이 현실에서는 인위적인 정치적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동이 끊이지 않는다. 단일 언어문화라고 자임하는 앵글로색슨계의 사회체제에서 그런 부단한 변화와 이동은, 병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협적인 상황으로 비친다. 문학 번역자들은 상이한 문화가 만나는 첨예한 지점에 위치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번역하기로 선정된 작품들,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그 존재를 알지도 못할 작품들을 번역하기 때문이다. 흔히 번역자들은 번역할 작품들을 제시하거나 혹은 정기적으로 해외의 출판사들이나 에이전시가 자국의 출판사에 보내온 작품들을 대신 읽고 이에 대한 소견서를 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해서 내리는 선택과 결정은 선정된 원작이 탄생한 문화에서 쓰이는 언어와 정서 특유의 진수임을 알리는 행위다. 선정된 원작이 전통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또한 그것은 선정된 작품이 번역되었을 때 시장성이 있음을 믿는 행위다. 그렇지만 어떤 문학 번역이든 민족주의적 규범을 깨기 마련이며 이것은 당연지사다. 번역 작품이 제아무리 번역 작업과 출판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국에 흡수될지라도, 번역은 원작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들의 독서 공간에, 번역되지 않았더라면 한낮 의미 없는 암호에 불과했을 작품을 독자가 읽어 알 수 있도록 소개하기 때문이다. 문학 번역자는 자국 문화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작품의 창조자로서 언어와 문화의 변경에서 일한다. 이 변경에서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미국인”, “한국인”, “흑인” 등과 같은 민족주의적 꼬리표로 축소되지 않는다.

Sunday, March 8, 2009

문예 번역 (1)

문학 번역은 문학 번역자들이 하는 일이다. 하나마다 한 자명한 말이지만 문학 번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의 일환에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번역은 사회와 문화 관습의 복잡한 망상조직의 중심에 있는 독창적인 주관적 활동이다. 번역자의 창의적이고 이지적이며 직관적인 글쓰기가 흔히 ‘번역’이라고 표현되는 껍데기뿐인 추상 개념에 묻혀서는 안 된다.

문학 번역자들은 문학을 정의하고 분류하는 기성 체계와 야합하든지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 대개 시, 희곡, 산문과 같은 순서로 얘기되는 ‘고高’ 문화가 있고 이와 반대편 ‘낮은’ 부문에서는 공상 과학 소설, 아동 소설, 통속 소설 순으로 내려간다. 이 같은 위계는 번역할 작품의 상대적인 가치와 난이도에 대한 일반적인 가정에 반영된다. 그러한 분류는 문화 이론가들, 탈근대주의자들, 그리고 일부 번역학자들에게 비난을 받아왔다. 그들은 규범의 구성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사회계급, 성별, 국가, 그리고 인종의 편견을 통해 굴절된 가치 판단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지 지적해왔다. 이런 비난들은 작가들이 다양한 독자들의 다양한 독서에 이익이 되기 위해 무엇을 썼는지에 대해 평가를 할 때 자신감을 잃게 만들었다. 왕 같은, 혹은 여왕 같은 저자들은 분산된 개별적인 독자층에 의해 폐위되고 다른 사람들로 대체되어왔다. 문학 번역자들의 일은 은연중에, 그리고 때론 노골적으로 그 규범의 권위, 문화의 국수주의, 저자들의 ‘죽음’에 이의를 제기한다.

(피터 부시)

Wednesday, March 4, 2009

월요일에 으스스 한기를 느끼면서 급기야 지독한 감기에 걸려 어제부터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음. 겨우내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나오다가 봄의 문턱에서 그만 단단히 고생하는데 자칫 원고 약속 날짜를 어기게 될지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