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to reach agreement on Capitol Hill raised a specter of financial collapse for General Motors and Chrysler, which some experts say they may not be able to survive through this month.
이 문장이 보도하는 상황에 아주 적절한 단어, 그것은 바로 specter 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그야말로 '유령' '망령'이라는 의미이지만 to raise the specter of ... 라는 관용구를 구성하며 비유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관용구는 대개 개별적인 단어로는 그 뜻을 유추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 표현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귀신'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흉하고, 무섭고, 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 '귀신', 즉 specter 를 '불러일으킨다' 혹은 '깨운다'는 것이다. of 는 뒤에 나오는 명사가 바로 그 흉물, 두려움의 대상임을 가리킨다. 이런 것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슨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두렵고 기분이 으스스한 것이다. 이 상황에는 끈끈하고 지속적인 긴장감이 있다.
'빅3'가 재정난으로 붕괴(=파산 financial collapse)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의 구제법안으로 일단 위기는 넘기리라고 막연한 기대를 해왔지만, 그 파산에 대한 두려움이 협상의 결렬과 함께 현실로 부각되면서 가시화되었다(=더 커졌다)는 내용이다. 유령이 존재하고 있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설마 했는데 이제 살아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to raise the specter of... 는 실재적인 현상에 덧붙여 심리적인 면까지 건드리는 효과적인 관용구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기사에는 the 가 쓰이지 않고 a 가 쓰였는데, 이 관용구는 예외 없이 the 를 써야 할 텐데 변칙적이다. 앞으로 계속 도산할 업계들을 염두에 두고 a 를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용법을 벗어나지만 기자와 카피에디터가 모두 실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여 그리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옮길 수 있겠다.
국회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의 파산에 대한 망령(=암운)이 살아났다(=고개를 들었다).
-> 미의회의 협상이 결렬됐다. 이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이 증가되었다.
-> 미의회의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의 파산에 대한 위구심이 더욱 뚜렷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두 회사 모두 [협상의 결렬로] 이번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관용구의 시기적절한 사용이 아닐 수 없다. 관용구는 번역자에게 특별한 어려움을 제시한다. 이 관용구도 예외는 아니다. 원어의 표현(culture-specific expression)과 이에 담긴 의미를 함께 살려 주는 적절한 수용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으며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신문 기사의 경우에는 보조적인 설명을 첨가하지 못하므로 부족한 번역이 되기 십상이다. 이 블로그의 타이틀, '번역자는 반역자 traduttore, traditore'라는 이탈리아의 금언이 여지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했어도 나의 독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financial collapse 다음에 나오는 for 때문이다. 파산이 그 두 자동차 회사에 한정된 것이라면 of 를 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for 는 financial collapse 를 직접 수식하는 말을 이끈다기보다는, 어떤 행동의 대상을 가리키는 전치사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즉 raise 라는 행위의 영향을 받는 대상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번역이 될 것이다.
제너널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에게 이 협상의 결렬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의 가시화를 의미한다.
-> 이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이 본격화되었다.
-> 이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리라는 두려움이 보다 뚜렷해졌다.
앞선 번역과 기본적인 의미는 대동소이하지만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나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듯 쓰고 있지만 막상 이것이 출판용이라고 한다면 아마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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