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9, 2009

문예 번역 (2)

문학 번역자의 한 모델 - 두 나라 말을 하고 두 나라 문화에 침투해 있다. 따라서 통상적인 지도책에 나와 있지 않은 지역에 거한다. 그/녀는 부단히 변하는 동시대 문화 현실에 정통하다. 이 현실에서는 인위적인 정치적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동이 끊이지 않는다. 단일 언어문화라고 자임하는 앵글로색슨계의 사회체제에서 그런 부단한 변화와 이동은, 병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협적인 상황으로 비친다. 문학 번역자들은 상이한 문화가 만나는 첨예한 지점에 위치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번역하기로 선정된 작품들,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그 존재를 알지도 못할 작품들을 번역하기 때문이다. 흔히 번역자들은 번역할 작품들을 제시하거나 혹은 정기적으로 해외의 출판사들이나 에이전시가 자국의 출판사에 보내온 작품들을 대신 읽고 이에 대한 소견서를 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해서 내리는 선택과 결정은 선정된 원작이 탄생한 문화에서 쓰이는 언어와 정서 특유의 진수임을 알리는 행위다. 선정된 원작이 전통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또한 그것은 선정된 작품이 번역되었을 때 시장성이 있음을 믿는 행위다. 그렇지만 어떤 문학 번역이든 민족주의적 규범을 깨기 마련이며 이것은 당연지사다. 번역 작품이 제아무리 번역 작업과 출판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국에 흡수될지라도, 번역은 원작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들의 독서 공간에, 번역되지 않았더라면 한낮 의미 없는 암호에 불과했을 작품을 독자가 읽어 알 수 있도록 소개하기 때문이다. 문학 번역자는 자국 문화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작품의 창조자로서 언어와 문화의 변경에서 일한다. 이 변경에서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미국인”, “한국인”, “흑인” 등과 같은 민족주의적 꼬리표로 축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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