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완전히 전업 번역자가 아닌데 이런 글을 계속하려니 다소 낯간지럽다. 그러나 어쨌든 번역은 멋진 일이며, 심지어는 예술의 묘미마저 느낄 수 있는 분야임을 알기 때문에 기왕 하는 것 깊게 파고 싶은 마음이다. 번역이 순수한 창작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독서에 있다. 번역은 정밀 독서의 정화다. 결정체다. 다른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바로 번역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러한 측면 말고도 학문적인 측면에서 아직 개간해야 할 곳이 많으므로 또한 매력적이지만 여기에 모든 시간을 쏟을 수 없는 나로서는 좀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튼 이 블로그는 그냥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고 다시 한번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Motivation, 그렇다. 번역을 계속해야 하고 또 이런 블로그를 계속해야지, 동기 부여를 찾아야 한다. 어디서 찾지?)
나라별로 번역과 번역자가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다. 프랑스의 출판사 Actes-Sud 의 한 자회사는 일단의 문예 번역자들이 운영하며 번역서를 선정하고 외부 번역자에게 번역을 의뢰하는 일을 총괄적으로 관장한다. 또한 외부 평가자들을 두고 번역 고려 대상 도서들에 대한 소견서를 의뢰하고 수집한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출판사들은 대개 프리랜스 번역자들에게 번역을 의뢰한다. 이 번역자들은 출판사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누구의 친구가 번역을 하는데 괜찮게 한다더라 하는 식으로) 소개를 받아 일을 맡기거나,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된 작품을 보고, 혹은 번역자 인명부를 찾아 의뢰를 한다.
번역자마다 번역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같은 번역자라도 번역하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존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든 기존 번역본을 디딤돌로 삼아 고전을 재번역하든 번역자들 모두에게 공통적인 단계와 문제점들이 있다. 과거에는 번역자들이 이런 단계와 문제점들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고 조지 스타이너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제는 번역자들이 그런 점들에 대한 많은 사례 연구를 남기고 있다.
(한국의 번역자들도 사례를 글로 남기는 일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번역 역사가 일천하고 지반이 약한 한국의 번역을 볼 때, 기록을 남기는 일에 정말 열심을 부려야 할 것이다. 그저 일반적인 이론서만 대충 어디서 뱉기거나 짜깁기해서 내지 말고, 직접 번역해가며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구체적인 사례로 많이 남기고 후학들이 이것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문학 번역서들을 보면―인문서 번역도 그렇지만―S대 영어 박사라고 혹은 외국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교편을 잡고 번역한다는 사람들의 번역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번역이 무성하다. 학생들에게 돈벌이를 시켜주기 위해 대신 하게 한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인문서의 경우는 내용의 효과적인 전달 내지는 작가의 문체 논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문법과 어의 등 기초적인 문제에 대한 오역 시비나 거론되고 있느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Wednesday, March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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