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3, 2009

안시아 벨의 번역 이야기 (3)

nbg (new books in german) 라고 하는 1년에 2회 발행되는 간행물이 있다. 이름이 가리키듯이 이 잡지는 최근에 출간되었거나 조만간 출간할 예정인 독어권(독일, 오스트리라, 스위스) 작품들을 영어권의 출판사들에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매회 원작 출판사 중에 한둘은 편집 위원회에 초청된다. 나도 편집 위원 중 한 사람이다. 프랑크푸르트의 아이히보른 출판사가 출간한 ‘레건로만 Regenroman’ 은 nbg 에 제출된 타이틀 중 하나였다. 그런데 nbg 가 의뢰한 평가자들 reader 중에 ‘레건로만’을 맡은 평가자는 이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nbg 는 매회 출판사들이 제출하는 100권 가량의 책들 중에서 20여 권만을 선정해서 이들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그런데 ‘레건로만’은 선정되지 않았다. 편집 위원회는 상당수의 타이틀에 대해서 평가자들의 의견을 따른다. 아무도 그 모든 책들을 전부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그때 객원 편집위원이었던 로즈메리 데이빗든이 평가자의 ‘레건로만’ 요약을 읽고 흥미가 발동해서 ‘레건로만’을 자신이 직접 읽어보고는 영역본에 대한 판권을 샀다.

나는 ‘레건로만’을 읽기 시작하면서 과연 이 책이 nbg 에 포함되었어야 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번역에 착수해서 재미있게 번역하며 어느 정도 진행했을 때 이 책의 스타일의 독창성과 장점을 더욱 깊이 확신하게 되었다. 번역이라는 정밀 작업은 질산으로 하는 시금試金 작업이다. nbg 의 평가자는 그런 연장된 작품 요소들을 식욕이상증진 bulimia 의 에피소드로 보지 못했고 화염 총을 사용한 살인 장면을 문맥상에서 보지 못했다. 문맥상으로 볼 때 그런 구성 요소들은 결코 충격이나 공포를 유발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소설의 구성에 적합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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