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8, 2009

안시아 벨의 번역 이야기 (5)

원저자가 이미 저세상 사람일뿐만 아니라 고의적으로 난센스 같은 글을 썼을 때는 번역 출판사의 질문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뉴욕의 한 출판사와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의 시선詩選을 번역했던 적이 있다. 그 출판사의 편집실에서 당황해 하며 내게 코멘트를 보내왔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요.’
‘그래요 말이 안 되죠. 모르겐슈타인은 난센스의 시인이었어요. 루이스 캐롤이나 에드워드 리어를 생각해보세요.’

나는 싱글 스페이스로 장장 5페이지에 걸친 편지로 - 번역된 전체 시보다 훨씬 더 길게 -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여전히 걱정하는 질문을 해왔다.

‘영어에는 이런 단어가 없는데요.’
‘맞아요, 없죠. 하지만 독어 원작의 이 단어는 독어에도 없는 단어예요.’

나는 모르겐슈타인에게 지원 사격을 청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했을 것이다. (모르겐슈타인은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매우 유쾌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저세상 사람이니 그가 내 번역을 승인하겠지 하고 바랄밖에.

No comments:

Post a Comment